필자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우리나라 최 동쪽에 위치한 울릉도와 독도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광주에서 5일 밤 9시에 일행과 함께 자동차로 출발하여 6시간의 야간운행 끝에 다음날 새벽 2시경에 강원도 동해시에 도착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5시경에 묵호항 가까운 해변으로 옮겨 촛대바위사이로 떠오르는 동해안의 일출을 온 몸으로 맞이한 뒤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떠나는 대형 괘속선에 올랐다.

시속 80km속도로 달린다는 울릉도행 쾌속선은 승객 1,000여명을 실어 나르는 커다란 배였다.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 장장 4시간의 긴 항해가 계속되는 동안 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그저 푸른 물결만 넘실대는 망망대해였다.

울릉도에 도착한 뒤 쉴 시간도 없이 점심을 먹고 곧 바로 독도를 향해 떠나는 배로 바꿔 타고 꼬박 2시간동안 또 다시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망망대해를 달리다보니 일행가운데서는 하나 둘 뱃멀미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흡사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퍼져 배안이 여기저기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 때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귀에 익은 노래 소리가 들리더니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하나 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노래는 바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대중가요였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 독도는 우리 땅 /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도동 일 번지 / 동경 백삼십이 북위 삼십칠 / 평균 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 / 독도는 우리 땅 / 지증왕 십 삼년 섬나라 우산국 /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페이지 셋째 줄 /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요 독도는 우리 땅 / 러일전쟁 직후에 임자 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 땅/..,

어느 누가 시키지도 안했지만 배안에 있던 승객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목청껏 부르는 이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 앞에는 우람하고 듬직한 아름다운 바위섬 독도가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우리민족의 자존심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떨어져 있지만 맑은 날에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볼 수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져 있는 형제 섬이지만 바다 밑 뿌리는 한 몸으로 이루어져 있다.

8월은 세계 인류는 물론 특히 우리민족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달이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 6,000만 명의 세계인이 희생된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동시에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압제로부터 해방된 지 68년의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의 상처는 전혀 아물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정권이 여세를 몰아 ‘집단적 자위권’ 법률 개정에 들어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대 보유와 전쟁이 금지된 ‘평화헌법’을 무력화 시키고 전후체제로부터 이탈하겠다는 것이다. 육, 해, 공 병력 25만 명과 첨단무기까지 세계 5위의 막강한 자위대 전투력이 방어용이 아닌 공격용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1933년 독일의 히틀러가 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수권법’을 통해 독일 최초의 민주헌법인 바이마르 헌법을 사실상 폐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자는 망언까지 했다. 그리고 8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 에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허용하고 그보다 앞서 항공모함 진수식까지 가진 바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은 지금 일본에서 솟구치는 활화산처럼 타올라 용암이 되어 흐르듯 일본인 사회에 넘쳐흐르고 있다. 일본이 침략의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희생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이상 일제의 침략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일 뿐이다.

독도를 지키는 수비대원과 바다갈매기들을 바라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눈물이 핑 도는 것은 왜일까? 나라사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독도에 접안해 첫발을 내 딛는 순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독도야 영원하라!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영원하라! 를 몇 번이고 외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