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지만 학교, 병원, 상업시설, 교통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탄탄해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사하지 않고 살았다는 어느 지역 한 동네의 시민을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언젠가부터 병원이 사라지고, 카페가 사라지고, 마트가 사라지고, 최근엔 약 2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하나 있는 편의점마저 사라져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상가 주인에게 편의점이 정리된 이유를 물어보니 건물주가 월세 700만 원을 안 줄 거면 나가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편의점이 사라지고 등장한 건 휴대폰 매장.

약 20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편의점은 월 700만 원을 제시한 휴대폰 매장으로부터 자의가 아닌 타의로 쫓겨난 셈이다.

한 도로 사이에 마주 보는 6개 휴대폰매장은 주거지역이 아닌 마치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휴대폰 대리점·판매점 수는 지난해 기준 3만 개 가까이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판매점들이 많아지게 된 주된 이유는 이통 3사 간의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3년간 10조 원에 달하는 판매 장려금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통신요금으로 전가되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시 청원구)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하여 “현재의 통신매장 수를 가전제품 소매매장 수준인 1/4로 줄인다면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은 75%인 2조934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이용자 요금을 매월 약 5000원 인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살기좋은 도시’ ‘시민중심의 도시’를 만든다고 외치고 있지만, 시민들이 사는 동네의 인프라는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자본을 위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